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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출근해서 신문을 보던 중 산곡동 일대의 영단주택 일대를 철거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산곡동 일대 영단주택은 부평 캠프마켓 미군 기지 자리에 있던 일본 육군조병창의 강제 동원 조선인 노동자들의 주거를 위한 주택단지입니다.

 

 

'산곡동 87번지 일대'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공간을 좋아합니다.

 

주위의 건물들과 이질적인 공간.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 같은 공간. 온기가 빠져나간 옛 터들.

 

그래서 집에서 가깝기도한 이곳을 한번 방문해 보았습니다.

신식아파트를 올려다보는 옹기종기한 주택들

 

해당 지역의 느낌은 대충 이렇습니다.

좌우가 좁은 예전 골목길에, 요즘 보기 드문 기와집과 굴뚝..

오래된 세월과 삭막한 콘크리트트 숨기려하는 벽화들.. 

특유의 곰팡이슨 콘크리트 냄새들..

수십 년을 한자리에서 지낸 주택들은 사람의 온기가 다 빠져나간 공간을 쓸쓸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의 공간은 그나마 거주자가 있어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앙상한 나무 맑은하늘

대부분은 이렇게 도로가 깨져있고, 포장이 되어있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조명이 없어 저녁시간에는 통행도 힘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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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가게들도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백마'라는 글씨가 자주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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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이는 여러 설들이 있지만,

 1. 산곡리가 일제 강점기시절 백마정으로 바뀌어 지금도 그렇게 부른다는 설

 2. 조선 때 말을 먹이던 마장, 혹은 백마장이 있었다는 설

 

그래서 해당지역에 백마가 들어간 가게가 많은가 봅니다.

 

일본식 건물?

위 건물은 다른 건물과는 다른 점이 있어서 찍은 사진입니다.

 

1,2,3층의 외관 벽돌이 다 다르고 창문의 형태로 볼 때 굉장히 오래된 건물인 듯 보입니다.

 

동인천 개항장 쪽을 가면 이런 건물이 꽤 많이 있거든요.

 

정아식당

인천에 사시는 분들은 다 한 번씩 들어보셨을 정아식당 본점 가는 길입니다. 예전에 웨이팅을 하고 들어갔던 기억이 나네요.

 

유일하게 사람소리 들리던 가게

요 가게는 해당지역에서 유일하게 사람소리 들리던, 불이 켜져 있던 가게입니다.

 

영화 특히 일본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던 기원은 저희 아버지도 즐겨하시는 온라인 바둑 장기 등에 밀려 점점 사라지는 추세인 듯합니다.

 

누군가의 백일사진

오래되고 폐허가 되어버린 집들 중에서 제 눈을 사로잡은 집입니다.

일단 건물의 입구가 일반집과 다른 지붕으로 되어있어서 꽤나 오래된 집이겠구나 생각이 들었고,

안에 보시면 누군가의 백일 사진으로 보이는 사진이 걸려있었습니다.

이사를 나가면서 왜 저사진을 챙기지 않은 것인지..

다른 무엇보다 꼭 챙겨야 할 것 같은 사진이 처량하게 있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연탄

아직은 영단주택 단지 일대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얼 것을 우려해서 누군가가 부서 놓은 연탄이, 누군가의 온기가 아직도 남아있었습니다.

 

I love you 산곡동

오래된 골목길을 가면 항상 벽화들이 눈에 띕니다. 

 

유명한 그림을 그려놓거나, 꽃, 하트, 마을 주민들을 그려놓는 경우도 있지요.

 

저는 이 벽화가 여태껏 보았던 그 어떤 벽화보다도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저 벽화를 그리며, 부서진 벽을 어설프게 감춘 널빤지에 웃는 얼굴을 그리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사람에게 동물에게 흔히 사용하는 하트를 산곡동에 붙인 이 벽화가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긴 글, 비루한 사진, 두서없는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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